[특목·자사고 준비 전략]
■ 특목·자사고 준비 전략
"고전 원서 읽고 인문학 소양 갖춰야 자소서·면접 수월"
지난 2011년 교육부가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에 공인어학능력시험 점수와 대외 수상 내역 기재를 금지했다. 그러자 중등 학부모들 사이에선 "외국어고·자사고 입시가 단순해졌다"는 말이 돌았다. 외고와 자사고 입시는 1차에서 영어 또는 일부 과목 내신을 각각 반영하고, 2차에서 면접과 1차 성적을 합산해 합격자를 가리기 때문에 내신 관리만 잘해도 승산이 있다는 얘기였다. 그러나 지금 서울 대치동에서 이 같은 말을 하면 "뭘 몰라도 한참 모르는 얘기"라고 핀잔을 들을 수 있다. 입시 전문가들은 "형식이 간단해진 대신 주어진 범위 내에서 더 치밀하게 준비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고 입을 모은다. 그렇다면 지금 중학생은 특목·자사고 입시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고전 통해 내신 대비하고 독서 기록 챙겨
대치동에서 가장 전통 있는 입시학원 중 하나인 KNS어학원의 김치삼 원장은 "이제 고전 원서를 읽지 않으면 특목·자사고 입시를 준비하기 어렵다"고 했다. 고전 원문을 읽으면 영어 실력과 인문학 소양을 동시에 쌓을 수 있고, 이를 통해 학생부를 채우는 것과 면접 준비까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까다롭게 출제되는 강남 지역 중학교 영어시험에 완벽하게 대비하려면 교과서 학습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고전 수준의 심화한 어휘력을 다지고 영문법을 꼼꼼하게 정리해야 한다"고 했다. 외고 입시는 워낙 경쟁이 치열해 중간·기말고사에서 만점을 받아두는 것이 안전하다는 것이 김 원장의 의견이다.
그가 고전을 통해 고급 어휘와 지성을 쌓을 것을 강조하는 이유는 또 있다. "특목고에 가려는 학생은 '합격 이후 최고 실력을 갖춘 친구들 사이에서 버텨야 한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됩니다. 각 학교 교재 수준이 매우 높은 데다 동기들 실력도 뛰어나서 입학 전 단단히 대비하고 가야 합니다. 실제로 지난해 대원외고는 '프랑켄슈타인'(메리 셸리) 원서를, 외대부고는 '행복의 정복'(버트런드 러셀)을 각각 활용했고, 명덕외고는 윌리엄 블레이크의 19세기 영시로 수업했습니다." 김 원장은 "중등 때 지적 능력과 어휘를 확장해두지 않은 학생들은 정규 수업조차 따라가기 버거워한다"고 말했다. 그가 중등생에게 고전 강독을 제안하는 이유다. "KNS어학원 중학생들은 '더블린 사람들'(제임스 조이스), '동물농장·1984(조지오웰), 데미안(헤르만 헤세) 등 두세 권의 영어 고전을 한 학기 동안 분석하며 수준 높은 영어를 익힙니다." 이 밖에도 김 원장은 텝스(TEPS) 수준의 고급 어휘와 문법을 학습할 것을 권했다.
◇자기전문성도 인문학 소양이 뒷받침돼야 의미 있어
김인조 KNS 특목·자사고 입시 연구소장은 학생부 기록과 면접에도 반드시 인문학적 소양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했다. "요즘은 특목·자사고를 불문하고 '구체적 전문성'이 있는 학생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그런데 이런 자질을 갖춘 학생인지를 판단하는 근거는 다른 것이 아닙니다. 바로 학생부 독서 기록, 자기소개서, 면접에 나타난 인문학 소양을 통해 파악합니다."
지난해 서울 주요 외고와 전국 단위 자사고에 지원했던 극(極) 최상위권 학생들이 다수 탈락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김 소장은 "몇년 전만 해도 자기소개서에 수상 내역을 나열하는 것만으로 합격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완전히 달라졌다"며 "소논문을 썼다는 학생이 있으면 입학사정관은 그것이 지난 3년간의 학생부 독서 기록에 비춰 자연스러운 활동인가 하는 점까지 고려해 진정성을 유추한다"고 했다. 학생 스스로 자신의 관심 분야를 독서 활동 등으로 증명해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중학생이 영어 고전을 혼자 읽기는 쉽지 않습니다. KNS어학원은 또래들과 함께 전체 의미와 세부 사항을 짚어가며 정독하도록 합니다." 그는 "강독을 통해 분석적으로 책을 읽은 학생과 아닌 학생의 학생부 독서 기록은 깊이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지난해 분위기가 확 달라진 일부 외고 면접도 인문학적 소양 없이 통과하기 어렵다는 것이 김 소장의 설명이다. "2015학년도까지 외고 면접은 자기소개서의 진위나 자기 주도 학습력을 확인하고 성품을 알아보는 가벼운 질문을 하는 선에서 진행됐습니다. 그러나 작년엔 완전히 달라졌어요. 모 외고를 중심으로 활동의 깊이를 알아보기 위한 세심하고 심층적인 질문이 등장했습니다. 예컨대 소논문을 쓴 학생에게 '어떤 관련 서적을 읽었고 내용은 무엇이었는지'를, '정의란 무엇인가'(마이클 샌델)를 읽은 학생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정의가 무엇인가'를 묻는 식이었습니다. 인문학적 사고력을 갖추지 않은 학생이라면 대답하기가 쉽지 않았을 겁니다. 면접장에서 울고 나온 학생이 많았습니다." 김 소장은 인문학적 통찰력은 하루아침에 쌓이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KNS어학원은 초등, 중 1부터 진로 교육을 하면서 개성을 찾아내고 그에 맞춰 활동 내역을 차근차근 누적하도록 합니다. 또래 토론을 통해 책에 대해 다각도로 접근해보는 것도 중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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